3권 / 게르망트 쪽 ____ 06. 샤를뤼스 씨와의 산책
내 팔짱을 낀 채로 걸으면서 경멸이 깃들었지만 매우 다정한 말을 하면서, 샤를뤼스 씨는 때로 강렬한 눈초리로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날카롭고 냉혹한 눈길은 내가 발베크의 카지노 앞에서 그를 처음 본 아침, 아니 그보다 몇 해 전 탕송빌 정원의 분홍빛 산사 꽃 옆, 그의 정부인 줄 알았던 스완 부인 곁에서 이미 내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바로 그 눈길이었다. 때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교대 시간이라 꽤 많이 지나가는 합승 마차를 살피는 눈길이 얼마나 집요했던지, 마부들은 그가 타려는 줄 알고 여러 번 마차를 멈췄다. 그러나 샤를뤼스 씨는 마차들을 모두 쫓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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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끔찍한, 거의 미치광이 같은 말을 뱉으면서 샤를뤼스 씨는 내 팔을 아플 정도로 꼭 붙잡았다. 샤를뤼스 씨 가족이 그가 늙은 하녀에게 베푼 (하녀가 쓰던 몰리에르풍 사투리를 조금 전에 떠올렸던) 감탄할 만한 선행을 말했던 일이 기억났고, 그래서 나는 오늘날까지도 거의 연구가 안 된 동일한 마음에서 선과 악의 관계를 수립한다면 - 비록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겠지만 -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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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뤼스 씨의 이런 경박함은 그가 게르망트 공작 부인과 같은 혈연임을 더욱 강조했다. 나는 두 사람의 닮은 점을 지적했다. 내가 부인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가 자신을 내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했던 오페라좌의 밤을 상기시켰다. 그렇지만 날 결단코 보지 못했다고 너무나 힘주어 말했으므로, 곧 어떤 작은 사건이 생겨 샤를뤼스 씨가 너무 오만한 탓에 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그 말을 그대로 믿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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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를뤼스 씨에게서 보이는 이런 예기치 않은 호의적인 기분을 이용해 그의 형수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순간 내 팔이 전기에 닿은 듯 충격으로 세차게 움직이는 걸 느꼈다. 샤르뤼스 씨가 내 팔 밑에서 그의 팔을 재빨리 빼냈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말을 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고 그러다 마침 아르장쿠르 씨가 횡단로에서 오는 모습을 보았다. 우릴 본 아르장쿠르 씨는 의혹에 찬 눈길을, 거의 게르망트 부인이 블로크에게 던진 것과 같은, 다른 인종에게 보내는 눈길을 내게 던지면서 피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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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파리지 부인이 티리옹 부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가 부인 살롱에서 그 잡다한 구성 분자들을 보면서 느끼기 시작한 부인의 실추를 마무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위나 이름이 거의 최근 것인 한 여인이, 왕족과의 우정 덕분에 동시대 사람들을 현혹하며 후세까지 현혹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부당하게 느껴졌다. 부인이 내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귀족 같은 모습이라곤 전혀 없는 그런 사람으로 돌아가자, 나는 부인을 둘러싼 그 대단한 친척들도 부인과 무관하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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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루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네. 매우 상냥하고 매우 진지하다네."
나는 이 '진지한'이란 형용사를 말할 때 샤를뤼스 씨의 억양이, 마치 사람들이 젊은 여공 아가씨가 진지하다고 말할 때처럼 '정숙한'이나 '얌전한'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때 합승마차 하나가 비틀거리면서 지나갔다. 마부가 제자리를 비우고 마차 안 방석에 앉아 반쯤 취한 채로 마차를 몰고 있었다. 샤를뤼스 씨가 급히 마차를 세웠다. 마부가 잠시 그와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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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생각해 볼 시간을 줄 테니 내게 편지를 보내게. 반복해서 말하지만 매일 자네를 만나야 하고, 자네로부터 충직함과 신중함의 약속을 받아야 하네. 하기야 자네는 이미 내게 그런 모습을 보여 준 것 같지만. 그러나 내가 살아오는 동안 하도 여러 번 겉모습에 속아 와서 더 이상은 신뢰하고 싶지 않네. 제기랄! 보물을 포기하기에 앞서 적어도 내가 어느 손에 보물을 쥐어 주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어쨌든 내가 자네에게 제공하는 걸 상기해 보게나. 자네는 헤라클레스처럼, 불행하게도 그렇게 힘센 근육은 없는 듯 보이네만 두 갈림길에 서 있네. 미덕으로 인도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아서 평생토록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 저런, 아직도 덮개를 내리지 않은 건가? 내가 직접 스프링을 접지. 게다가 자네 상태를 보니 마차 역시 내가 몰아야 할 것 같군."
그리고 그는 마차 안 마부 곁으로 뛰어올랐고 마차는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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