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르를 떠날 때까지 매일 저녁 습관이나 우정에 의해 내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로베르와 로베르의 친구들이 식사하던 식당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친구들과 함께 하숙하던 이런 호텔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기억에서 멀어졌다. 우리는 삶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며, 여름 황혼이나 겨울 초저녁에 약간의 평화로움이나 기쁨이 깃든 몇몇 시간마저도 미완인 채로 방치한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쾌락의 순간들이 차례로 노래를 부르며 똑같이 미세한 선처럼 스쳐 갈 때면, 이 잃어버린 시간들도 그 순간들에 아주 풍요로운 오케스트라의 화음과도 같은 밀도와 받침대를 부여한다. 이렇게 해서 그것은 우리가 드물게만 발견하는, 그러나 계속 존재하는 행복의 전형적인 유형으로까지 발전한다. 이 경우, 자연의 풍경에 대한 추억의 힘이 여행의 약속을 담고 있는 쾌적한 분위기에서, 우리의 잠든 삶을 자신의 온갖 정력과 애정으로 뒤흔들며, 나 혼자만의 노력이나 사교적인 오락거리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른 감동적인 기쁨을 전달하러 온 친구와 더불어 식사를 하기 위해 나머지는 모두 버린다. 우리는 오로지 친구를 위해서만 존재하며, 이런 시간의 칸막이에서 태어나 시간 속에 갇힌, 어쩌면 다음날에는 지속되지 않을지도 모를 그런 우정의 맹세를 친구에게 한다. 그러나 나는 생루가 다음 날이면 많은 지혜로운 경험에서 우러난 용기와 우정이 깊어질 수 없다는 예감을 가지고 떠날 것이기에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 맹세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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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루는 멀리서부터 내게 그냥 앉아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앉으려면 내가 앉아 있는 식탁을 움직이든가, 아니면 내가 자리를 바꾸든가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큰 방에 들어서자마자 벽을 따라 쭉 놓여 있는 붉은 벨벳 의자 위로 가볍게 올라섰으며, 그곳에는 나 말고도 작은 방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그가 아는 조키 클럽 회원 젊은이들이 서너 명 더 있었다. 탁자들 사이에는 전선이 약간 높이 쳐 있었다. 생루는 당황하지 않고 마치 경주용 말이 장애물을 뛰어넘듯이 능숙하게 전선을 뛰어넘었다. 이런 동작이 오로지 나를 위해, 아주 작은 움직임도 내게 시키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내 친구가 이런 공중곡예를 아주 정확히 실행하는 모습을 보자 경탄이 나왔다. 게다가 나 혼자 감탄한 것도 아니었다. 생루보다 열등한 귀족이나 관대하지 않은 손님들은 아마도 이런 곡예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을 테지만, 레스토랑 사장과 종업원들은 경마장에서 말의 무게를 측정하는 전문가마냥 그 정확함에 빠져들었다. 종업원 하나는 온몸이 마비된 듯, 옆에서 손님들이 기다리는 요리 접시를 손에 든 채 그대로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루가 친구들 뒤를 지나가야 했을 때는, 의자 등 가장자리에 올라가 균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걸어갔고, 그러자 방구석에서 조심스럽게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내 높이에 이르자, 그는 경마장의 어느 군주 좌석 앞에 선 부족의 족장마냥 정확하게 뛰기를 멈추고 몸을 기울이며 공손하고도 순종하는 태도로 내게 라마 털 코트를 내밀고는 바로 내 옆에 앉으며, 내가 조금도 움직일 필요 없이 코트를 가볍고 따뜻한 숄처럼 만들어 어깨에 걸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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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우정이나 사람들과의 특별한 교감, 그리움에 대해 얘기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여행자들처럼 그도 내일이면 다시 떠나 몇 달 동안을 야전지에서 보내야 하고, 파리에는 단지 마흔여덟 시간을 보내러 왔다가 다시 모로코나 다른 임지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내가 느꼈던 마음의 열기 속에 그가 내던진 말들은 내 부드러운 몽상에 불을 지폈다. 우리가 나눈 많지 않은 대화, 특히 이날의 대화는 그 후에도 내 기억 속에 어떤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나에게나 그에게나 그날 밤은 우정의 밤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순간 느꼈던 우정이 그가 내게 불어넣으려 했던 우정과 다를까 봐 나는 겁이 났다. (이 생각으로 조금은 후회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그가 가볍게 속보로 나아가며 우아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기쁨으로 아직 충만했던 나는, 이 기쁨이 벽을 따라 놓인 긴 의자 위에서 이루어진 동작 하나하나에서 연유하며, 또 그 의미나 원인이 어쩌면 생루의 개인적인 기질,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출생과 교육을 통해 그의 혈통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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