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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ranscription/「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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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7. 해돋이 방에 혼자 남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너무나 높은 천장 때문에 불행했고, 스테르마리아 양에 대해 매우 다정한 감정을 느꼈으며, 해변에 멈춘 철새처럼 이동하던 알베르틴과 친구들의 모습을 엿보았으며, 엘리베이터 보이를 시켜 그녀를 데려오게 해서 그토록 냉담하게 소유했으며, 또 할머니의 선한 마음을 알고 다음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체험했던 바로 그 방이었다. 나는 바다의 첫 지맥(支脈)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열곤 했는데 (지금은 알베르틴이 우리의 키스하는 모습이 보일까 봐 닫게 하는), 이처럼 나는 나 자신의 변모를 사물의 동일성에 대조하면서 더 잘 의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듯 사물에 대해서도 익숙해지기 마련이어서 사물이 본래 갖고 있던 의미와 다른 의미를 떠올리고, 다음으로 사물이..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6. 알베르틴과의 시간 01. 생장들라에르 성당 /// 날마다 나는 알베르틴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결심했고, 그래서 우선 연습 삼아 생장들라에즈 성당을 택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그 성당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곳이어서 위치를 알려 주기가 매우 힘들었고, 안내를 받지 않고는 찾기가 불가능할 만큼 외따로 떨어져 있어서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에프르빌 역에서 삼십 분 이상, 케톨므 마을의 마지막 집을 통과하고도 한참을 더 가는 그런 곳이었다. / 한편 함께 엘스티르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나는 그녀가 사치를 즐길 뿐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누리지는 못하지만 어떤 종류의 안락함도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렸으므로, 매일 우리에게 마차를 보내도록 발베크의 마차 임대업자와 합의를 했다. 더위..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5. 라 라스플리에르 01. 마차 /// 우리가 이미 도착한 언덕으로부터 바다는 발베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높이 솟아오른 산들의 기복이라기보다, 뾰족한 산봉우리나 산을 둘러싼 길에서 보이는, 해발이 낮은 곳에 위치한 푸른 빙하나 눈부신 고원처럼 보였다. 잘게 부서지는 소용돌이가 거기 부동의 모습으로 영원히 그것의 동심원을 그리는 것 같았다. 유약을 바른 듯한 바다도 눈에 띄지 않게 점차 빛깔이 달라지면서 강어귀가 파인 만(灣)의 깊숙한 곳에서는 우유처럼 푸르스름한 하얀빛이 돌았고, 작은 나룻배들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파리 떼처럼 그대로 매여 있는 듯했다. 그보다 더 광대한 장면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거서 같았다. 그러나 각각의 커브길마다 새로운 부분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도빌 입시 세관에 도착했을 때에는 작은 만의 절..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4. 바다 육체적인 욕망을 다시 느끼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알베르틴은 내게 뭔가 행복에의 욕망 같은 걸 다시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 나는 그런 욕망에서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쓰면서 그날의 바다를 바라보기 위해 창가로 갔다. 첫해와 마찬가지로 바다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지금이 소나기가 내리는 봄이어서인지, 아니면 비록 내가 첫해와 같은 시기에 왔다고 해도 다른 날씨가, 보다 변하기 쉬운 날씨가 눈에 띄지 않게 부드럽게 두근거리는 그 푸른 가슴을 추어올리면서 내가 바닷가에서 더운 날 잠든 모습을 보았던, 그 몇몇 나태하고도 수증기 어린 부서지기 쉬운 바다의 매력을 이 해안에서는 찾지 말라고 만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특히 전에는 내가 일부러 회피했던 요소들을 엘스티르의 가..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3. 발베크의 방 나의 온 존재가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첫날 밤부터 피로에 의한 심장 발작의 통증을 참으려고 애쓰면서 나는 신발을 벗기 위해 조심스럽게 천천히 몸을 구부렸다. 하지만 발목 부츠의 첫 단추에 손이 닿자마자, 뭔가 미지의 성스러운 존재로 채워진 듯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서 오열에 흔들리더니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지금 나를 도우러 온, 그리하여 메마른 영혼으로부터 나를 구해 준 존재는 몇 해 전 동일한 절망과 고독의 순간에, 내가 자아라는 것을 전혀 갖지 못했던 순간에, 내 마음에 들어와서 나를 나 자신에게 되돌려주었던 바로 그 존재였는데, 왜냐하면 그 존재가 나였고 동시에 나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안에 담긴 내용물보다 더 큰 그릇으로 그 내용물을 내게 가져다주는.) 나는 그 순간 기억 속에서..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2. 게르망트 대공 부인의 살롱 게르망트 댁에서의 저녁 파티 초대를 확신할 수 없었던 나는 파티 참석을 서두르지 않고 밖에서 한가로이 서성거렸다. 여름의 태양도 나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서두르지 않는 듯 보였다. 밤 9시가 지났는데도 콩코르드 광장의 룩소르 오벨리스크에는 해가 분홍빛 누가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다 해가 그 빛깔을 수정하여 금속 물질로 바꾸자 오벨리스크는 더없이 소중한 모습을 띠면서, 보다 가늘고 유연한 빛을 덧붙였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 보석을 비틀어 놓은 듯, 아니 이미 가볍게 휘어 놓은 듯했다. 이제 하늘에는 정성껏 껍질을 벗겨 사등분한 오렌지 모양의 달이 조금은 손상된 모양으로 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면 더없이 단단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듯 보일 것이었다. 그 뒤에 홀로 웅크린 가련한 작은 별은 외로운 달의 ..
4권 / 소돔과 고모라 ____ 01. 게르망트 저택의 안마당 그날 (게르망트 대공 부인 댁에서 파티가 있던 날) 공작 부부를 방문한 일에 대해서는 앞에서 얘기했지만, 훨씬 전부터 나는 그들의 귀가를 엿보았으며, 이렇게 엿보던 중 특히 샤를뤼스 씨에 관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고, 하지만 이 발견은 그 자체로 무척이나 중대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그에 적합한 자리와 지면이 확보될 때까지 이야기를 미루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브레키니 저택까지 올라가는 가파른 비탈길이, 프레쿠르 후작 소유의 마차 보관소 위로 분홍빛 종탑에 의해 이탈리아풍으로 즐겁게 장식된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그 경이로운 전망대를 떠나 있었다. 공작 부부가 귀가 중이라 계단에서 살피는 쪽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
3권 / 게르망트 쪽 ____ 14. 게르망트 저택과 스완 나는 아침에 공작 부인을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침 일직 외출해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에는 망보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되는 작은 방에서 그들의 마차가 도착했는지 엿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측소를 잘못 선택했던지, 그 지점에서는 안마당을 거의 식별할 수 없는 데다 다른 집 안마당이 보여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 기분 전환을 시켜주었다. 이렇게 화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번에 여러 집이 보이는 전망은 베네치아뿐 아니라 파리에도 있다. 베네치아를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파리의 몇몇 가난한 동네를 생각나게 하는 베네치아의 빈민가에서, 아침이면 그 벌어진 높은 굴뚝이 아침 햇살을 받아 지극히 강렬한 분홍빛으로,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 때면, 집들 위로 그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