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3. transcription/「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7. 불로뉴 숲

 


 

그러나 자주 - 질베르트와 만나지 못하는 날이면 - 나는 스완 씨 부인이 거의 매일같이 '아카시아' 길이나 큰 호수 주변, 그리고 '마르그리트 여왕' 길을 산책한다고 들었으므로, 프랑수아즈를 불로뉴 숲 쪽으로 유도했다. 그곳은 다양한 식물군과 대조적인 풍경이 한데 모인 동물원과도 같았다. 언덕을 하나 넘으면 동굴이나 초원, 바위, 시내, 구덩이, 언덕, 늪지대가 있지만 그런 것은 오로지 하마나 얼룩말, 악어, 러시아 토끼, 곰, 왜가리가 뛰어놀기에 적합한 환경이거나 그림 같은 배경이었다. 불로뉴 숲 역시 다양하고 분리된 수많은 작은 세계들을 한데 모은 복합적인 공간이었지만 - 버지니아 개간지처럼 적색나무와 아메리카 떡갈나무가 심긴 몇몇 농장들이 호숫가의 전나무 숲으로 이어지거나, 부드러운 모피로 몸을 감싸고 눈은 야수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며 나타나는 나무숲으로 이어지는 - 다른 무엇보다도 여인들의 정원이었다. 또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도금양 길'처럼, 여인들을 위해 오직 한 종류 나무만을 심은 '아카시아 길'에는 유명한 미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아카시아 길은, 멀리 바위 꼭대기만 보여도 아이들이 물에 뛰어드는 물개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기뻐 날뛰는 것처럼, 내가 그 길에 닿기 훨씬 전부터 사방에 풍기는 향기로 멀리서도 그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아카시아의 특성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러다 가까이 이르면, 가볍게 아양을 떠는 듯 접근하기 쉬운 우아하고 귀여운 얇은 천들 같은 잎이 무성한 꼭대기가 보였고, 그 위로 마치 진기한 기생충 무리가 날개를 파르르 떨며 덮치는 듯했다. 그리고 끝으로 아카시아라는 그 한가롭고도 감미로운 여성적인 이름까지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는데, 그러나 무도회 입구에서 안내원이 알려 주는, 단지 초대받은 아름다운 여인들의 이름만을 연상시키는 왈츠처럼, 사교적인 욕망으로 두근거리게 했다. 

 

/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스완 씨 부인이었고, 나는 마치 부인이 질베르트이기라도 한 듯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부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질베르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이, 그녀 부모에게도 그녀 매력이 스며들어 그들은 내 마음속에 그녀에 대해서와 똑같은 사랑을, 그리고 보다 고통스러운 혼란을 일으키더니 (질베르트와 그녀 부모의 접점은 내게는 금지된 그들 생활의 내부였다.) 드디어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들은 내가 질베르트와 노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런 구속 없이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늘 바치게 되는 그런 존경심마저도 불러일으켰다.

 

/

 

나는 내가 기억하는 순간들을 그대로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제는 푸른 수국으로 반짝거리는 새하얀 루이 16세풍 아파트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아주 늦게야 파리로 돌아왔고, 내가 만일 스완 씨 부인에게, 아주 오래전 내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시대와 관련 있다고 느껴지는 추억의 요소들을, 지난날 헛되이 추구하던 기쁨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접근할 수 없어져 버린 그 욕망의 요소들을, 나를 위해 다시 한 번 재구성해 달라고 부탁한다 해도 그녀는 어느 성에서 국화꽃 피는 계절이 훨씬 지난 2월이나 되서야 파리에 돌아오겠다고 답장을 보내왔을 것이다. 또한 내게는 멋진 옷차림으로 내 관심을 끌었던 여인들과 똑같은 여인들이 필요했다. 내가 아직도 믿음을 품었던 시절, 내 상상력이 여인들을 개별적으로 만들면서 그 각각에 전설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아! 슬프도다! '아카시아 길'에서, '도금양 길'에서, 나는 그중 몇몇 여인을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여인들은 모두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힌 끔찍한 망령에 지나지 않았으며 베르길리우스가 말하는 저 작은 숲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절망적으로 헤매고 있었다. 여인들이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건만, 난 아직도 황량한 길들을 헛되이 살펴보았다. 태양은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자연이 다시 불로뉴 숲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불로뉴 숲이 여인의 낙원이라는 생각도 사라졌다. 인공 풍차 너머 실제 하늘은 잿빛이었다. 바람은 '그랑 라크'에 실제 호수인 것처럼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커다란 새들이 불로뉴 숲을 실제 숲인 듯 빠르게 날아다니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한 마리씩 커다란 떡갈나무 위로 내려앉았다. 드루이드 승려의 관을 쓴 떡갈나무는 도도나 성역의 위엄과 더불어 이제는 황폐해진 숲의 비인간적인 공허를 선포하는 듯했고, 기억에서 오지만 감각으로 지각되지 않아 늘 매력이 결여된 기억 속 정경들을 현실에서 찾는 일 자체가 모순이라는 걸 더 잘 이해하게 해 주었다. 내가 알았던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스완 씨 부인이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거리' 모습이 달라지기에 충분했었다.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