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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ranscription/「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2권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____ 05. 스완네 집 물건들

 


 

그럼에도 이 집은 스완의 의지가 그렇게도 열정적으로 욕망했던 만큼 그에게 얼마간의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집의 모든 신비로움을 완전히 잃지 않았던 내 관점에서 판단해 본다면 그랬다. 사실 나는 스완네 삶에 오랫동안 배어 있다고 생각해 온 그 특이한 매력을 그들 집에 들어서면서도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했다. 다만 그 매력을 이방인의 시각에 의해, 나처럼 배척받은 자가 느끼는 것에 의해 뒤로 미루고 억눌렀는데, 이런 사람에게 이제 스완 부인은 안락의자를, 감미롭고도 적대적이며 화가 난 안락의자를 우아하게 내밀며 앉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이 매력을, 나는 아직도 내 주위에서, 내 추억 속에서 인지한다. 스완 씨 부부가 점심 식사에 날 초대하고, 식사 후에는 그들 부부와 질베르트와 함께 외출하기로 했던 그런 나날, 혼자 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완 부인일까, 아니면 그녀의 남편일까, 아니면 질베르트가 돌아오는 소리일까 하고 마음속에 아로새긴 상념을 내가 양탄자나 안락의자, 콘솔, 병풍, 그림 위에 눈길로 새겨 놓았기 때문일까? 이 물건들이 내 기억 속에서 스완네 가족 옆에 함께 살고 있었기에 마침내 뭔가 그들 것을 갖게 된 때문일까? 그들이 이런 물건들 가운데서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 모든 물건들을 그들 삶의 특별한 상징, 너무 오랫동안 제외되어 있어서 내가 거기 끼어드는 은총을 입었을 때도 계속해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런 습관의 상징물로 만든 때문일까? 어쨌든 매번 이 살롱을 생각할 때마다, 스완이 그토록 잡다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이러한 비판은 그의 입장에서 아내 취향에 반대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 이 살롱에는, - 그가 처음으로 오데트를 알게 된 집과 같은 취향으로 구성되어 여전히 반은 온실이고 반은 작업실로 꾸며졌지만, 그래도 오데트가 그 수많은 중국 잡동사니들을 이제는 약간 '시시하고' 매우 '주변적인' 것으로 여겨 오래된 실크가 늘어진 많고 작은 루이 16세풍 가구들로 바꾸어 놓았지만 (스완이 오를레앙 강변로 저택에서 가져온 미술품들은 제외하고) - 이 잡다한 것이 뒤섞인 살롱에는, 반대로 내 추억 속에서는 과거가 우리에게 물려준 가장 온전한 수집품이나 어떤 개인의 흔적이 기재된 현대의 살아 있는 전체가 결코 갖지 못하는 그런 일관성과 통일성과 개별적인 매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사물에 그 자체의 삶이 있다는 믿음과 더불어 오로지 우리만이 우리가 보는 몇몇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그런 후에는 사물이 영혼을 보존하고 우리 마음속에서 이 영혼을 키워 나가기 때문이다. 스완네 사람들이 보내는 일상생활이라는 영혼에 대한 육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집에서, 그리하여 그 영혼의 특이함을 표현해야 하는 이 집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시간과는 아주 다른 시간을 보내는 스완네 사람들의 시간에 대해 내가 가졌던 생각은, 가구 위치며 양탄자 두께며 창문 방향이며 하인들 심부름 안에서 - 도처에서 한결같이 혼란스럽기만 하여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 다시 배열되고 혼합되었다. 점심 식사 후 우리가 커피를 마시러 거실의 커다란 창문 옆 햇빛 비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스완 부인이 내게 커피에 각설탕 몇 개를 넣기를 원하는지 물으면서 내밀었던 것은 실크 천으로 싼 의자만은 아니었다. 그 의자는 오래전 - 분홍빛 산사 꽃 아래서, 다음에는 월계수 덤불 옆에서 - 질베르트라는 이름이 발산했던 그 고통스러운 매력과 더불어 그녀 부모가 내게 드러냈던 적대감도 발산했다. 그 작은 가구는 나에 대한 그들의 적대감을 너무도 잘 알고 또 그것을 공유하는 듯 보였기에, 내가 그 의자에 앉을 자격이 없으며 또 자신을 방어할 줄도 모르는 의자 쿠션에 내 발을 올려놓는 일이 조금은 비열하게 느껴졌다. 한 개인의 영혼이 그 의자를 다른 어떤 햇살과도 같지 않은, 오후 2시 햇살에 은밀히 엮어 놓았다. 햇살은 도처에서, 만에서, 우리 발밑에서 황금빛 물결을 놀게 했고, 그런 햇살 사이로 푸른빛 의자와 아련한 장식 융단이 마법의 섬들처럼 솟아올랐다. 벽난로 위에 걸린 루벤스 그림마저도 스완 씨의 끈 달린 부츠와 그의 케이프 코트와 같은, 거의 동일한 종류의 강력한 매력을 풍겼는데, 내가 그렇게도 비슷한 걸 입어보고 싶었던 그 코트를, 이제 내가 그들과 함께 외출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을 때 오데트는 좀 더 근사해 보이게 다른 코트와 바꿔 입어야 한다고 남편에게 권했다. 그녀 역시 아름다운 크레프드신이나 비단으로 만들어진 빛바랜 분홍, 버찌 빛, 티에폴로의 분홍, 하양, 연보라, 초록, 빨강, 노랑의 무늬 없는 또는 무늬 있는 실내복을 입었고 이런 실내복이 어떤 '외출복'보다 아름답다는 내 주장에도 그녀는 그 옷을 점심 식사 때 입었다가는 벗으러 갔다. 내가 실내복 차림 그대로 외출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녀는 내 무지를 놀리려고 또는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실내복이 있는 것에 대해 그 옷 안에서만 매우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며 변명을 늘어놓았고, 이내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끄는 여왕같은 몸단장을 하기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때로는 좋아하는 옷을 고르라고 날 부르기도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