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사람은 자기 주위에 시간의 실타래를, 세월과 우주의 질서를 둥글게 감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생각해 내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위치한 지구의 지점과,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흘러간 시간을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순서는 뒤섞일 수 있음, 끊어질 수도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평상시와는 아주 다른 자세로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팔만 들어 올려도 태양을 멈추게 하고 뒷걸음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는 처음 순간, 그는 시간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방금 잠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자세가 평상시와 다르고 장소도 다를 경우, 이를 테면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안락의자에서 잠이 들기라도 하면, 그 혼란은 궤도를 이탈한 세계에서 더 극심해져, 마술 의자가 전속력으로 그를 시간과 공간 속으로 여행하게 할 것이며, 그리하여 눈을 뜨는 순간 그는 자신이 몇 달 전에 다른 나라에서 잠이 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침대에서도 깊은 잠이 들었고, 정신의 긴장을 풀기에도 충분했기 때문에, 내 정신은 잠이 든 장소에 대한 모든 감각을 상실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날 때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처음엔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겐 동물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존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감정만 있었을 뿐, 아니, 동굴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그러자 추억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곳, 혹은 내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추억이 저 높은 곳에서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허무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다. 한순간에 나는 몇 세기의 문명을 건너뛰었고, 어렴풋이 보이는 석유 램프와 깃 접힌 셔츠의 상이 차츰차츰 내 자아의 본래 모습을 재구성해 나갔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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