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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ranscription/「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3. 성당

 


 

나는 얼마나 성당을 사랑했던가! 지금도 얼마나 눈에 선한지! 우리들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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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과, 더 나아가 내게는 거의 전설 속 인물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성당에 기증했다는 몇몇 귀중한 물건들 (다고베르 왕이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 엘루아가 제작했다는 황금 십자가며, 칠보를 입힌 구리와 반암으로 만들어진 루이 르 제르마니크의 아들들의 묘비 등) 때문에, 성당 안으로 우리 좌석에 다다를 때면 나는 마치 요정들이 방문한 골짜기에서 농사꾼이 바위나 나무나 늪에서 그들의 초자연적인 이동 흔적을 보고 황홀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성당이 내게는 마을 나머지 부분과는 전혀 다른 그 어떤 것으로 생각되었다. 성당은 말하자면 4차원 공간을 차지하는 건물로 - 4차원이란 바로 시간의 차원이다. - 수세기에 걸쳐 이 기둥에서 저 기둥으로, 이 제단에서 저 제단으로, 단지 몇 미터의 거리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시대들을 통해 마침내 승리자가 된 내부를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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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고모할머니 댁 정원사가 한 것처럼 인간의 손길로 왜소하게 만든 자연이 아니라, 바람직한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여겨지는 진짜 자연의 상태와 천재의 작품을 좋아하셨다. 물론 우리 눈에 보이는 성당의 모든 부분은 그 본연의 어떤 사상 탓에 다른 건물과 구별되겠지만, 그래도 성당이 자신을 의식하고 개별적이고 책임감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은 바로 종탑 덕분이었다. 바로 종탑이 성당을 대변했다. 할머니께서는 막연하게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즉 자연스러운 모습과 품위 있는 모습을 콩브레 종탑에서 발견하셨다. 할머니께서는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셨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날 비웃을지 모르지만, 저 탑이 규정된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해도, 저 오래된 기이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구나. 만일 종탑이 피아노를 친다면 결코 메마른 소리는 내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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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방 대도시나 파리의 잘 모르는 거리에서 길을 묻는 나에게, 한 행인이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면서, 성직자 모자처럼 뾰족한 끝을 추켜올리는 수도원 종탑이나 병원 탑을 마치 무슨 표지처럼 가리켜 보일 때, 거기서 내 기억이 소중하면서도 이제는 사라져 버린 종탑 형상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특징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나는 하던 산책이나 해야 할 심부름을 잊어버린 채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서서는 내 마음 깊숙이에서 망각의 강으로부터 빠져나온 땅이 건조해지며 단단해져서는 건물이라도 지을 수 있다는 듯이 기억을 더듬는다. 혹시 내가 길을 잘못 들지나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뒤돌아보던 행인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면 난 아마도 조금 전 행인에게 길을 물었을 때보다도 더 초조하게 가야 할 길을 찾으며 길모퉁이를 돌겠지만…… 그러나 그 길은 내 마음속에 있기에…….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