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빌파리지 부인이 특별히 격찬하던 중용과 절제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광시킬 만한 장점이 아니었다. 절제에 대해 설득력 있게 말하려면 절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어떻게 보면 거의 절제 없는 열광을 전제로 하는 작가의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발베크에서 빌파리지 부인이 몇몇 위대한 예술가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예술가들을 세련된 방식으로 조롱하면서 자신의 몰이해에 뭔가 재치 있는 우아한 형태를 부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었다. 그러나 이런 재치나 우아함도 부인이 밀고 나가는 수준에서는 - 다른 면에서는 위대한 작품의 진가를 무시하기 위해 발휘되었다 해도 - 그 자체로 진정한 예술적 장점이 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장점은 의사들이 말하듯이 모든 사교적 지위에 대해 선택적으로 독이 되고 분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므로, 아무리 확고하게 자리 잡은 지위라 할지라도 오래 지탱되지 않는다. 상류 사회 사람들 눈에는 예술가가 지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단순한 주장에 불과하며, 그들은 예술가가 사물을 판단하는 단 하나의 관점도 쫓아갈 수 없으므로 예술가가 어떤 표현을 선택하거나 비교하면서 이끌리는 그 특별한 매력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고 이들 예술가들 옆에 있기만 해도 피로와 짜증을 느끼는데, 바로 여기서 예술가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나타난다. 그렇지만 부인과의 대화에서나 또 부인이 이후에 발간한 '회고록'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빌파리지 부인은 거기서 일종의 지극히 사교적인 우아함을 과시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을 깊이 생각해 보거나 때로는 식별하지도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리면서, 부인은 자기가 살아온 세월로부터 - 게다가 아주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묘사한 - 그것의 가장 경박한 양상만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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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능이란, 사회에서 성공을 가져다주는 갖가지 다른 장점에, 이 모든 걸 가지고 소위 사교계 사람들이 '완벽한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려고 인위적으로 덧붙이는 별도의 부속품이 아니다. 재능은 일반적으로, 많은 자질이 부족하지만 감수성이 지배적인 어떤 정신적 기질의 살아 있는 산물로서, 우리는 그 상이한 발현들을 책에서는 지각하지 못하지만 삶의 여정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를테면 사교적 관계의 증진이나 유지가 목적이 아니라 또는 단순히 사교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이런저런 호기심이나 충동,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저기 가고 싶어 하는 욕망 같은 것이다. 나는 발베크에서 빌파리지 부인이 하인 사이에 갇혀 호텔 로비에 앉은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회피가 부인의 무관심을 드러내지 않으며, 또 부인이 사람들을 피하는 데 늘 전념하지도 않는다고 느꼈다. 부인은 자기 집에 초대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비록 작위가 없어도 이런저런 사람과 사귀려고 애썼는데, 때로는 그들이 미남이라고 생각해서, 때로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어서, 또는 자신이 알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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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푸아 씨가 아버지에게 한 충고에 따라 생루와 헤어진 후 처음 빌파리지 부인을 방문했을 때, 부인은 노란 실크 천이 드리우고 보베의 장식 융단을 씌운 안락의자와 2인용 소파가 잘 익은 딸기의 거의 보랏빛 가까운 분홍빛으로 뚜렷이 드러나 보이는 살롱에 있었다. 게르망트 가와 빌파리지 가의 초상화들 옆에는, 초상화 모델 자신이 보내온 마리아멜리 왕비와 벨기에 왕비, 주앵빌 대공, 오스트리아 황후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옛 시대의 검정색 레이스 헝겊 모자를 (비록 손님이 파리지앵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하녀들에게 머리쓰개를 씌우고 소매 넓은 옷을 입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브르타뉴 호텔의 주인처럼, 부인이 지역적이고 역사적인 색채에 대한 빈틈없는 본능적인 감각에 따라 보존하고 있는) 쓴 빌파리지 부인은 작은 책상에 앉아 있었고, 그녀 앞에 놓인 화필과 팔레트, 또 그녀가 그리기 시작한 꽃들의 수채화 옆에는 몰려든 방문객들 때문에 그리다 만 이끼장미와 백일홍과 봉작고사리가 유리컵이나 찻잔과 찻잔 받침에 흩어져 있어, 마치 어느 18세기 판화에 그려진 꽃 가게 여자의 진열대를 장식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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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침에 고문서 학자와 함께 자신의 '회고록'에 대한 자료 조사를 했던 빌파리지 부인은 지금, 앞으로 그 회고록 독자가 될 사람을 대표하는 표준 독자에게 책 구성과 매력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험해 보는 중이었다.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은 진정으로 우아한 살롱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그런 우아한 살롱에서는 부인이 초대하는 대다수의 부르주아 부인들은 없고, 대신 르루아 부인이 마침내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뛰어난 여인들만이 보였을 테지만, 그러나 이런 차이를 그녀의 '회고록'에서는 인지할 수 없었다. 저자가 삭제한 몇몇 시시한 관계들은 책에서 인용될 기회가 없었으며, 또 그녀를 방문하지 않은 부인들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회고록'이 제공하는 장소는, 필연적으로 제한된 탓에 극소수만이 등장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이런 인물들이 왕족이나 역사적 인물일 경우 독자에게 미치는 우아함의 인상은 최대치에 이른다. 르루아 부인의 평에 따르면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은 삼류였고, 빌파리지 부인은 이런 르루아 부인의 평에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그러나 오늘날 르루아 부인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녀의 평가 역시 자취를 감췄지만, 스웨덴 왕비가 자주 드나들었으며, 오말 공작이나 브로이 공작, 티에르, 몽탈랑베르, 뒤팡루 주교가 드나들었던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이야말로 호메로스와 핀다로스 시대 이후 변한 것이 전혀 없으며, 왕이나 거의 왕족 같은 고귀한 태생을 가장 부러운 계급으로 여기는, 혹은 왕과 민중의 우두머리와 저명한 사람들과의 친교를 쌓기를 원하는 후대에게는 19세기 가장 빛나는 살롱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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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망트 부인이 자리에 앉았다. 작위를 동반한 부인의 이름이 그녀라는 물리적 인간에 공작의 영지를 추가로 반사하면서, 게르망트 숲의 싱그러운 황금빛 그늘을 살롱 한복판 그녀가 앉은 의자 쿠션 주위에 감돌게 했다. 다만 나는 이런 숲과의 유사성이 공작 부인의 얼굴에서 그렇게 명료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부인 얼굴에도 식물적인 것이라곤 전혀 없이, 기껏해야 뺨에 난 붉은 반점이 - 게르망트라는 이름이 문장(紋章)처럼 새겨졌어야 할 뺨에 - 그녀가 야외에서 한 오랜 기마 여행의 이미지를 반사한다기보다는 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보고 놀랐다. 나중에 공작 부인에게 무관심해졌을 때에야 나는 부인의 여러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특히 (무엇인지 구별조차 못 하면서 이미 부인의 매력을 느꼈던 순간에 한해 말해 본다면) 그녀의 눈은 한 폭의 그림마냥 프랑스 어느 오후의 푸른 하늘을 담고 있어 반짝이지 않을 때에도 넓게 드러난 채로 빛에 젖어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 들을 때는 쉰 소리에 거의 천박하기까지 했지만, 그 안에 콩브레 성당의 돌층계나 광장의 제과점마냥 시골 햇볕의 게으르고도 기름진 금빛이 구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첫날 나는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했으며, 나의 열렬한 주의력은 게르망트라는 이름에서 뭔가를 포착하기 위해 내가 받아들인 지극히 적은 인상마저 즉시 증발시켜 버렸다. 어쨌든 이것이 바로 게르망트 공작 부인이라는 작위가 모든 이들에게 가리키는 바로 그 사람이며, 다시 말해 그녀의 이름이 의미하는 그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이 정말로 그 몸 안에 담겼으며, 이제 그 몸은 사방에서 에워싸는 살롱 안 여러 다양한 사람들 한가운데로 자신의 삶을 끼워 넣었고, 또 이 삶은 살롱에 얼마나 활기찬 반응을 일으켰던지, 마치 그것이 뻗어 가기를 멈춘 지점에서, 양탄자 위에 드러난 푸른 북경 비단 스커트의 불룩한 부분 주위에서, 또 공작 부인의 눈동자를 채우는 걱정거리나 추억들이나 그 이해할 수 없는, 멸시하는, 재미있어하는, 호기심 어린 상념들과 거기 비친 낯선 이미지들이 서로 교차하는 부인의 맑은 눈동자에서, 이런 삶의 경계를 그리는 열광의 가장자리 장식을 보는 듯하다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게르망트 쪽
中
'03. transcription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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