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3. transcription/「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____ 02. 만남 _ 1

13 /

파란 집. 아드리아나와의 만남.

 

"오빠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파치마가 죽고 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였어요. '내부의 마비를 막기 위한 싸움이다.' 오빠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리고 몇 주 후에는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글을 쓰지 않으면 사람은 결코 깨어 있다고 할 수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해.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는 더욱 알지 못하고.' 이런 말도 했어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글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저에게도. 오빠는……, 오빠는 정말 의심이 많았어요."

 

14 /

카실랴스의 요양원. 주앙 에사와의 만남.

 

"의사들을 믿지 않는 의사라……. 그 사람은 그랬소. 아마데우는."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었소. 프라두보다는 우리에게 훨씬 위험했지. 뭐랄까, 그는 저항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소. 성격도 맞지 않았지. 저항운동가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꿈꾸는 사람의 감수성 예민한 영혼이 아니라 나처럼 투박한 두개골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 위험 부담이 크고 실수도 하게 되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어버린다오. 그는 만용에 가까운 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냉혹했지만, 인내심이나 우직함은 없었소.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은 없었지. 프라두는 내가 자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금방 알았소. 그는 사람들이 미처 생각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챘지. 정말 힘들었을 거요. 누군가에게 '당신은 그 일을 할 수 없소. 능력이 되지 않으니까' 라는 말을 들은 건 그때가 아마 처음이었겠지. 하지만 내가 옳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소. 스스로를 모를 만큼 눈 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자기를 경멸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기를, 그래서 예전처럼 존경과 사랑을 받기를 원했겠지. 그에겐 이 욕구가 아주 강했소."

 

"그는 그런 사람이었소. 불경한 사제. 무엇에 관해서든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끝을 보았지. 결과가 아무리 암울하더라도 말이오. 그의 생각은 어딘지 모르게 잔인한 그 무엇인가를 내포하고 있었소. 스스로를 파괴하는 그런 것…….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안개에 젖은 교회 책방의 진열창에 이마를 대고 공항으로 가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던 아침을 생각했다. 그다음에 아드리아나를 만났고, 마리아나 에사의 병원에서 붉은빛이 도는 금색 차를 마셨으며, 그녀의 삼촌을 만나 덴 입으로 생애 첫 담배를 피웠다. 이 모든 일이 정말 단 하루 안에 일어났던가? 그는 책을 펴고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은 프라두의 얼굴 윤곽을 변하게 했다. 불경한 사제, 그가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