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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ranscription/「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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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____ 02. 샹젤리제 날씨가 좋으면 난 계속 샹젤리제에 갔다. 지나는 거리거리마다 장밋빛이 감도는 우아한 저택들이 움직이는 가벼운 하늘 속에 잠겨 있었는데, 수채화 전시회가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가브리엘이 건축한 궁들이 인접한 다른 저택들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 다른 시대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면, 난 거짓말한 셈이 될 것이다. 오히려 난 산업막물관이 아니라면 적어도 트로카데로 궁에서 더 많은 스타일과 고풍스러움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불안한 수면 아래 잠긴 내 사춘기는 거리 전체를 동일한 꿈으로 감싸고, 또 그 꿈을 거기 노닐게 하여, 루아얄 거리에 18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마찬가지로 루이 14세 시대의 걸작인 생마르탱 문이나 생드니 문이 그 지저분한 구역에서 가장 최근에 ..
2권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____ 01. 극장 나는 극장 안에 들어가서도 행복했다. 그리고 - 그토록 오랫동안 나의 유아적인 상상력이 그려 보이던 것과는 정반대로 - 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무대가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군중 한가운데 있을 때처럼 다른 관객들 때문에 방해를 받아 잘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모든 지각 작용의 상징과도 같은 좌석 배치 덕분에 모든 사람이 저마다 극장 중앙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걸 알았다. 그러자 난 처음으로 예전에 프랑수아즈가 통속극을 보려고 극장에 갔을 때 극장 맨 꼭대기 좌석이었는데도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가 앉은 자리가 극장에서 제일 좋은 자리이며, 무대가 멀기는커녕 무대 커튼이 가까이 펼쳐지는 신비로움과 생생함 때문에 겁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던 일이 이해가 갔다. ..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7. 불로뉴 숲 그러나 자주 - 질베르트와 만나지 못하는 날이면 - 나는 스완 씨 부인이 거의 매일같이 '아카시아' 길이나 큰 호수 주변, 그리고 '마르그리트 여왕' 길을 산책한다고 들었으므로, 프랑수아즈를 불로뉴 숲 쪽으로 유도했다. 그곳은 다양한 식물군과 대조적인 풍경이 한데 모인 동물원과도 같았다. 언덕을 하나 넘으면 동굴이나 초원, 바위, 시내, 구덩이, 언덕, 늪지대가 있지만 그런 것은 오로지 하마나 얼룩말, 악어, 러시아 토끼, 곰, 왜가리가 뛰어놀기에 적합한 환경이거나 그림 같은 배경이었다. 불로뉴 숲 역시 다양하고 분리된 수많은 작은 세계들을 한데 모은 복합적인 공간이었지만 - 버지니아 개간지처럼 적색나무와 아메리카 떡갈나무가 심긴 몇몇 농장들이 호숫가의 전나무 숲으로 이어지거나, 부드러운 모피로 몸을 감..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6. 도시의 이름들 나는 다음 날이 되는 대로, 철도 회사 광고나 유람 여행 안내서에서 기차 출발 시간을 읽을 때면 항상 마음이 두근거리는, 저 1시 22분에 출발하는 자비롭고 멋진 기차를 타고 싶었다. 그것은 내게 오후 어느 정확한 시점에 매혹적인 흔적 하나를, 신비로운 표시를 도려 낸 것처럼 보였다. 거기서부터 이탈한 시간들은 물론 저녁이나 다음 날 아침으로 이어지겠지만, 그 저녁이나 아침을 파리에서 보내는 대신 기차가 지나가는 도시 중 하나에서, 우리에게 선택하도록 허락해 준 도시에서 볼 것이었다. 왜냐하면 기차는 바이외, 쿠탕스, 비트레, 케스탕베르, 퐁토르송, 발베크, 라니용, 랑발, 베노데트, 퐁타벵, 캥페를레에서 정차했고, 내게 제공하는 이름들을 가득 식도서는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5.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 콩브레 주변에서 산책을 하려면 '길'이 두 개 있었는데, 이 두 '길'은 아주 반대 방향에 있어서 우리가 집을 나갈 때면 결코 같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나는 메제글리즈라비뇌즈였는데, 그 길로 가려면 스완 씨네 소유지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스완네 집 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길은 게르망트 쪽이었다. 메제글리즈라비뇌즈에 대해서는 그런 '길'이 있다는 것과, 일요일이면 이상한 사람들이 콩브레에 와서 산책한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 이상한 사람들이란 이번에는 아주머니조차도 알지 못하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런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메제글리즈에서 왔을 것 같은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게르망트로 말하자면, 어느 날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아주 오랜 후의 일이..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4. 방과 버드나무 의자 이렇듯 내 방의 어두운 서늘함과 거리의 강렬한 햇빛은 그림자와 빛의 관계였다. 즉 방의 서늘함은 거리의 빛만큼이나 밝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산책을 나갔다면 파편적으로밖에 즐기지 못했을 여름의 총체적인 광경을 내 상상력에 제공해 주었고, 또 내 휴식과 조화를 이루면서 (책 속 모험담 덕분에 내 휴식을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는) 흐르는 물 한가운데 꼼짝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손처럼, 행동의 격류로 야기되는 충격과 활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너무 더워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흐려지기만 하면, 폭우나 단지 소나김나 와도 내게 외출을 하라고 간곡히 빌었다. 독서를 멈추고 싶지 않은 나는 정원에 나가 계속해서 책을 읽으려고, 마로니에 나무 그늘 아래 천 덮개를 씌 워 놓은 버드나무 의자에 들어가 ..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3. 성당 나는 얼마나 성당을 사랑했던가! 지금도 얼마나 눈에 선한지! 우리들의 성당! / 이 모든 것들과, 더 나아가 내게는 거의 전설 속 인물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성당에 기증했다는 몇몇 귀중한 물건들 (다고베르 왕이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 엘루아가 제작했다는 황금 십자가며, 칠보를 입힌 구리와 반암으로 만들어진 루이 르 제르마니크의 아들들의 묘비 등) 때문에, 성당 안으로 우리 좌석에 다다를 때면 나는 마치 요정들이 방문한 골짜기에서 농사꾼이 바위나 나무나 늪에서 그들의 초자연적인 이동 흔적을 보고 황홀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성당이 내게는 마을 나머지 부분과는 전혀 다른 그 어떤 것으로 생각되었다. 성당은 말하자면 4차원 공간을 차지하는 건물로 - 4차원이란 바로 시간의 차원이다. - 수세기에 ..
1권 / 스완네 집 쪽으로 ____ 02. 콩브레의 집 이처럼 오랫동안 한밤중에 깨어나 콩브레를 회상할 때면, 마치 벵골의 섬광 신호등이나 조명등이 건물 한 모퉁이를 선택해서 비추면 다른 부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기는 것처럼, 콩브레는 언제나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잘린 빛나는 한 조각 벽면으로만 떠올랐다. 비교적 넓은 아래층에는 작은 거실, 식당, 내 슬픔의 무의식적인 저자인 스완 씨가 도착하던 어두운 오솔길 입구, 아주 좁고 고르지 못한 피라미드형 계단의 첫 번째 발판을 향해 내가 그렇게도 고통스럽게 올라가던 현관이 있었다. 그리고 꼭대기에는 엄마가 들어오시던 유리문이 달린 작은 복도와 내 방이 있었다. 한 마디로 그것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주위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어 내 옷 벗기의 비극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더불어 (마치 예전에 지방..